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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정월대보름 이야기, 불장난 하러가자!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by ▨▣௹₫₩﷼¶µ 2021. 2. 14.

한국의 정월대보름은 설날이 지난 후 첫 번째 보름달을 뜨는 날을 말합니다. '대'보름이란 크다는 의미보다는 첫째, 처음의 의미로써 보름 중에 첫 번째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고 해요. 정월대보름은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명절로 설날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어요. 지금도 몇몇 지역에서는 그 전통을 이어 지역의 큰 축제로 치러지고 있고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합니다. 설날이 개인적인 또는 가족적인 의미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날이라면 정월대보름은 마을단위의 지역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다른 차이가 있습니다.

 

 


정월대보름의 기원

정월대보름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 관련된 재미난 전설은 있습니다. 바로 사금갑(射琴匣)이라는 이야기인데요. 이는 삼국유사에 실린 신라 소지왕 때의 일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488년 신라 소지왕이 '천천정'이라는 정자로 가고 있을 때 쥐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점을 쳤더니 까마귀를 따라가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합니다. (쥐가 직접 사람의 말로 이 까마귀를 따라가라고 했다고도 하네요) 왕이 신하를 시켜 까마귀를 따라가게 했는데 신하가 까마귀를 쫓아 어느 못에 당도했을 때 돼지 두 마리가 싸우는 광경에 정신이 팔려 까마귀를 놓치고 맙니다. 당황한 신하가 까마귀를 찾아 헤매는데 갑자기 연못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 편지를 건넸다고 합니다. 노인이 전하길 '이 편지를 읽으면 둘이 죽을 것이고, 편지를 읽지 않으면 하나가 죽을 것이다'라고 하여 신하가 왕에게 편지와 함께 이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왕은 고민에 빠졌는데 상식적으로 둘보다는 하나가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죠.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신하가 말하길 '본디 둘은 일반 사람을 의미하고 하나는 왕을 의미하니 편지를 열어 보는 것이 맞다'라고 하여 왕은 편지를 열어보게 됩니다. 편지 속에는 '사금갑(射琴匣), 즉 거문고를 쏴라'는 말이 적혀있었고, 왕은 궁에 돌아와 거문고집에 활을 쏘게 됩니다. 그러자 거문고 집 속에는 왕위를 노리던 중과 궁주가 흉계를 꾸미려고 숨어있다가 죽게 됩니다. 이에 왕은 노인이 나와 편지를 바친 연못을 '사출지'라고 이름 짓고 정월 보름날은 까마귀에게 찰밥으로 제사를 지내고 오기일(烏忌日)로 정해 소지왕의 목숨을 구한 은혜를 갚고자 했다는데서 오늘날 정월대보름이 유래했다고 하네요. 이 찰밥이 오늘날 정월대보름에 먹는 약밥의 유래라고도 합니다. 덧붙이면 이 이야기에 나온 연못 사출지는 현재 사적 제13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경주시에 위치해 있어요.

 

지금은 흉조로 천대받고 있는 까마귀가 고려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험하고 빛을 상징하는 짐승 이었다는 점도 지금으로썬 신기한 일이네요. 여담으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쥐 나 돼지는 우리가 흔히 쓰는 자축인묘 진사 오미 실 유술 해 12 지신에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기리는 날을 있고 까마귀는 없기 때문에 제사 지내는 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서민들의 축제, 민간 전통등으로만 알고 있던 정월대보름이 사실은 아주 오랜 신라시대의 궁궐에서 시작되어 전파된거라 생각하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요. 더구나 지금은 흉조로 알려진 까마귀를 기리는 날이라고 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정월대보름과 농사의 관계

이런 정월대보름의 재미있는 기원이 어떻게 평민들의 삶으로 들어오게 됐는지는 '농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전 농경 사회였을 때는 시계나 핸드폰이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다 같이 모여서 한 해 농사에 대해 상의할 수 있는 날짜를 정하기 위해 달력의 모양을 보고 결정했던 겁니다. 한 해가 시작되는 달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 한 해 농사에 대해 의논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제사를 지내고 볒집을 태우며 병충해를 예방하고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날로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음식

대보름은 보통 겨울이기 때문에 그 당시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지만 한해를 마무리하고 남은 음식들을 모아 나름 풍족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중에서 지금 가지 내려오는 전통은 '부럼깨기'와 '약밥' 등이 있습니다. 

 

귀밝이술
정월대보름 아침에 청주를 한 잔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1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고 전해 줄 수 있다고 하여 마셨다고 하네요.


부럼
부럼을 깨물면 1년 동안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먹기 시작한 것들이 근래에 들어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한해를 난다는 의미로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과 나눠먹기도 합니다. 부럼은 대체로 견과류로 보시면 되며 가장 많이 먹는 것은 호두, 땅콩, 아몬드, 잣 등이 있습니다. 대보름날 마트나 편의점에 부럼을 팔기도 하니 올해는 하나 구입해서 꼭 드셔 보세요.


약식(약밥)
약식 찹쌀 고두밥에 여러 재료를 섞어서 시루에 찐 한국 고유 음식으로 처음 까마귀 제사를 지낼 때는 찰밥으로 했지만 차차 변화하여 약밥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오곡밥
오곡밥은 우리나라 전통의 찹쌀 ·차조 ·붉은팥 ·찰수수 ·검은콩 등을 섞어 5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으로 왜 굳이 오곡밥이냐면 과거 가을 추수 때 가장 잘 자라던 곡식들을 모아 한 밥공기에 담으니 다섯 가지의 곡식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시대상을 반영했던 음식으로 지금은 좋은 건강식으로 여겨져서 지금도 보름날에는 꼭 오곡밥을 챙겨 드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월대보름에 하는 재미난 풍습과 놀이

정월대보름날에는 많은 풍습들이 전해져 오고 놀이들도 많지만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쥐불놀이와 달집 태우기입니다. 달집 태우기는 대보름날 달이 뜰 때 모아놓은 짚단과 생소나무 가지를 묶어서 무더기로 쌓아 올린 "달집"을 세운 다음, 불에 태워서 놀며 풍년을 기원하며 소원을 비는 풍습으로 예부터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이라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달집이 화염에 활활 잘 타오를수록 마을이 태평하고 그 해는 풍년이 될 거라는 징조라고 하니 달집을 더 높이 더 많이 활활 타오를 수 있게 처음 쌓을 때부터 공들여 쌓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달집 태우기 행사를 하는 축제장에 가보면 엄청나게 큰 짚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는 대형 불멍이라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그 시간이면 다들 홀린 듯 불을 바라보는 게 신기한 경험일 수 있습니다. 달집을 태우면서 풍물패가 주변을 맴돌며 공연을 하는 것도 꽤 볼만한 광경입니다.

 

쥐불놀이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로 정월 대보름 전날에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지르고 돌아다니며 노는 놀이입니다. 예전에는 일 년에 한 번 공식적으로 불장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쥐불놀이 깡통을 돌려대며 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풍습이라 많이 아쉽습니다.

 

사실 쥐불놀이는 들판의 논이나 밭에 잡초를 태워 해충이나 쥐의 피해를 줄여 농사가 잘되게 기원하는 좋은 의도가 담겨있는 놀이였으나 화재나 안전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시골이나 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풍습이 되어버렸네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쥐불놀이 통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니 혹시 아이와 함께 시골에 방문하실 예정이라면 안전에 유의하면서 쥐불놀이 한번 해보시며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쥐불놀이 통 만들기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깡통과 굵은 철사, 송곳만 있으면 되는데요. 깡통은 구하기 어려울 경우 마트에서 츄파춥스 통이 제일 구하기 쉽고 무난합니다. 

 

 

만드는 과정

  1. 위쪽 뚜껑을 딴다. 손이 다칠 수 있으니 작업 전에는 꼭 장갑을 끼고 하세요! ^^
  2. 송곳으로 모든 면에 촘촘하게 구멍을 뚫는다. 구멍은 많을수록 통을 돌릴 때 바람이 잘 통해 불이 활활 타오릅니다.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가능한 많은 구멍을 뚫어주면 좋습니다. ^^
  3. 굻은 철사를 본인 키에 맞게 조절하여 깡통 양옆에 단단하게 묶어줍니다. (줄넘기를 생각하면 쉬워요) 손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철사를 쥘 때 사용할 두꺼운 종이나 가죽 등을 덧대어 손잡이를 만들면 좋습니다.
  4. 마른 잔가지, 나무젓가락, 휴지심 등을 넣어 불을 붙여줍니다.
  5. 빠르고 힘차게 돌려줍니다. 

예전에는 정월대보름이 되기 일주일 전부터 동네 깡통들 구하러 다니느라 바쁘고 구멍 내느라 친구들과 모여서 놀기도 했는데요. 당일 밤이 되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나와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오랫동안 불놀이하고 새벽에야 잠에 드는 즐거운 날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월대보름 축제

매년 삼척 정월대보름 축제, 부산 각지, 제주 정월대보름 들불 축제 등지에서 대보름 밤 행사를 개최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진 않았는데요. 올해는 코로나 이슈로 방문보다는 비대면으로 유튜브 방송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네요. 실제로 봤을 때의 그 웅장함이라던지 평소에 볼 수 없는 신기한 광경들이 많은 볼거리가 있는 축제인데 아쉽습니다.

 

2021년 올해 까마귀에게 제사 지내는 정월대보름 날은 2월 26일입니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들과 함께 부럼깨기 하고 오곡밥 드시면서 한 해 모두 몸 건강하고 즐겁고 기분 좋은 뉴스로 가득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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